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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선교의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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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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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15:55:10, 조회 : 2,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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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선교의 패러다임
글쓴이 : 인보라 조회 : 113
21세기 선교의 패러다임
이 계 준 목사 /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1. 들어가는 말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부름 받은 백성들이 그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참여하는 사역을 말한다. 그것은 온 우주와 모든 인류가 하느님이 통치하시는 나라 곧 사랑과 정의, 자유와 평화 속에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다. 하느님이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하신 구원의 복음은 영원불변하다. 그러나 그것이 선포되는 상황 곧 개인적, 사회적, 역사적 및 우주적 상황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차이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복음의 이해와 해석이 다르고 선교의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우리는 선교와 상황의 관계를 성서 자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느님의 구원의 드라마라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기록된 성서가 근 1000년이란 시간에 걸쳐서 다양한 상황과 무수한 저자 및 편집자들에 의하여 기술되고 형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복음의 이해와 표현 그리고 선교의 방법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세기 말에 많은 미래학자들은 다가오는 21세기에 대하여 여러 가지 예측과 예언을 쏟아 놓았다. 그것을 단적으로 말하면 새로운 세기는 지난 세기에 비해 본질적으로 다른 사회와 문화를 창출하리라는 것이다. 물론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아무도 확실히 대답할 수 없는 애매성으로 가리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21세기의 문 안에 들어서서 과거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동시에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할 수 있는 감각을 지니게 되었다.
이제 우리 목회자들은 21세기란 새로운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로써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임명하신 하느님 나라의 실현이라는 선교적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책임에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들은 앞으로 전개될 미래를 가급적 정확히 예측하고 선교의 방향과 방법을 바로 설정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을 완수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강연에서는 교회의 본질과 선교의 의미를 알아보고 21세기의 사회변동의 면모를 개관한 다음 새 시대를 위한 선교 패러다임과 그 전략을 함께 모색하기로 하겠다.
2. 교회와 선교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백성들이 예배, 교육, 친교, 선교 등의 활동을 위해 집결된 신앙 공동체이다. 이 활동의 요인들은 각기 그 성격과 기능을 달리하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그 중요성의 강조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상, 나아가서는 선교신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이 모든 요소들은 선교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교회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가 예수의 선교 주제이었던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선포하고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신학자 E. 부른너는 “불은 타므로 존재하는 것과 같이 교회는 선교함으로 존재한다.” 고 말함으로써 교회의 존재이유를 선교에 두었다는 것은 지당하다고 하겠다.
지난 2000년 간 선교는 교회가 하는 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원초적 의미에서 선교는 교회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고 하느님 자신의 사업이다. 그는 자기의 섭리를 펴시기 위해 말씀으로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시고 자기가 선택한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예언자들을 보내어 경고하시고 참회하지 않을 때 심판하셨다. 종국적으로 하느님은 우주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하느님 나라 곧 영원한 사랑과 정의, 자유와 평화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그의 통치(Reign)를 선포하게 하셨다.
성서의 하느님은 선교하는 하느님이시고 예수 그리스도는 역사 속에 파견된 하느님의 선교사라고 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사명과 자기부정을 통한 그 나라의 실현을 꾀했을 뿐만 아니라 제자들을 선교의 일꾼으로 훈련시켰다. 그리고 부활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온 세상에 나아가서 복음을 전파하라는 선교적 사명을 주었으며(마가 16:14-16) 성령을 체험한 초대교회는 공포와 죽음에서 나아와 복음 전파와 사랑의 공동체 실현에 이바지하였다.(사도행전 2:43-47) 교회는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한 예수의 계승자들인 것이다.
여기서 “교회는 곧 선교이다”는 명제가 가능하게 된다. 교회의 본질은 선교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할 수 없고 일종의 사교(社交)단체나 사교(詐敎)집단에 속한다고 하겠다. 하느님이 자기 백성을 부르시는 일차적 목적은 선교에 있다. 따라서 교회의 모든 활동은 선교란 지상 목표를 향해 조화와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 교회는 개인적으로 또한 집단적으로 하느님의 통치를 선포하고 이 땅 위에 그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헌신하는 자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존재할 이유도 없고 가치도 없으므로 맛 잃은 소금처럼 길 가에 버려지게 될 것이다.
3. 전도와 선교
우리가 선교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도와 선교의 개념 및 그 관계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 전도(evangelism)
전도란 말은 그리스어로 euangelion 곧 기쁜 소식(good news) 또는 복음(Gospel)을 뜻한다. 그리고 Gospel이란 영어는 “God spell” 즉 “하느님이 말씀하신다.” 는 말의 약자이다. 전도의 의미는 동일한 문화권이나 언어권에서 이교도나 무신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여 믿게 하고 세례와 입교의 절차를 거쳐 교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또한 기독교의 오랜 전통을 계승한 서구사회에서 교회와 관계없이 성장한 세속화되고 비기독교 화된 사람들 곧 ‘기독교를 떠난 자’(post-christian)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뜻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도는 초대교회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교도들과 비 기독교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믿게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H. 그래머나 J. C. 호켄다익과 같은 20세기의 저명한 선교신학자들은 전도는 유럽 문화권에서, 선교는 비기독교 문화권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을 부정하였고 두 낱말의 궁극적 차이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WCC의 총무를 역임한 P. 포터는 ‘선교’, ‘전도’ 및 ‘증거’는 에큐메니칼 문서에서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개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도란 말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는 그 본래적 뜻 곧 동일한 문화권이나 언어권에서 타종교인 및 무신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신자 화하는 데 치우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 선교(mission)
선교란 말은 원래 라틴어인 missio에서 유래된 것으로 ‘파견한다. 또는 ‘사명을 맡긴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말은 처음에 중세기 가톨릭교회가 교회 확장에 집중할 때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나 개신교가 이 말을 채용한 것은 교회사가인 라트레가 말한바 “위대한 세기”라고 한 18세기 이후 서구 개신교가 제3세계에 선교를 시작한 때부터이다.
서구개신교는 서구제국들이 제3세계에 식민지를 확장하던 18세기에 그 대세에 편승하여 선교사를 파송하기 시작하였다. 선교신학자 고야마 교수는 이 관계를 “병 주고 약 주고”(Gun and Ointment)란 말로 표현하였다. 개신교는 복음을 전파한다는 명목 하에 교회, 학교, 병원 등을 건립하고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독교와 서구문화가 동일시되었기 때문에 F. 슐라이엘마허가 주장한 바와 같이 선교는 곧 서구문화의 이식(移植, transplantation)이었다. 이것은 선교가 기독교 및 서구문화의 확장이라는 개념으로써 서구의 식민주의적 이념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신정통주의자 K. 바르트는 “선교는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다.”고 단언하므로 써 당시의 선교 개념을 비판, 수정한 바 있다.
선교란 말은 특히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사회적 변동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서구개신교의 해외활동에만 사용되던 말이 소위 서구 기독교국가 내에 세속주의가 발전하면서 교회의 선교적 요청이 제기된 것이다. 예를 들면 비 기독교인들의 등장, 신흥도시에 교회당 건립과 운영, 산업사회의 문제 등에 대해 선교적 관심을 갖는 것이 불가피해 졌다. 따라서 미국교회는 해외 활동에만 사용되던 선교란 말을 이원화하여 “국내선교”(national mission)와 “해외선교”(foreign mission) 또는 “국제선교”(international mission)라고 구분하게 되었다.
선교 개념의 혁명적이고 다원적인 변화는 1968년 WCC 웁살라대회에서 그 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이 대회는 ‘인간화’(humanizion)를 주제로 삼으면서 선교를 교회의 활동뿐만 아니라 때로는 교회가 관여하지 않는 활동도 포함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선교라는 말 'mission'을 단수로만 사용하던 것을 ‘missions' 곧 복수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교 개념의 변화는 신학적 변화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다양한 신학들은 각기 선교의 독특한 개념을 창출하였다. 즉 정치적 자유와 인권회복을 선교로 보는 남미의 해방신학과 한국의 민중 신학, 타종교와의 대화와 접근 및 협력을 선교로 보는 종교다원주의신학, 도착문화 및 종교와 기독교 복음을 접목시키는 것을 선교로 간주하는 토착화신학, 인간 및 자연 모두를 구원하는 것을 선교로 보는 우주론적 신학 등 시대의 다양한 요청에 따라 선교의 개념은 계속 변하고 있는 것이다.
선교의 의미뿐만 아니라 선교의 주체의 변화도 나타나게 되었다. 세계 제2차 대전의 종식과 함께 제3세계의 민족주의의 발흥은 서구식민주의자들을 몰아내는 동시에 민족 종교들은 서구교회의 선교사들을 추방하였다 (Yankee, go home; missionary, go home!). 이와 반면에 당시 한국은 일제의 식민지 치하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오히려 일제에게 강제로 추방당하였던 서구교회 선교사들의 귀환을 환영한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것이었다. 서구선교사들의 추방은 서구교회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선교를 위축시켰으며 특히 선교의 주체가 교회라는 종래의 주장에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1952년 독일 빌링겐에서 WCC의 세계선교대회가 개최되었고 여기서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신학 등장하여 선교의 주체는 하느님이고 교회는 하느님의 선교의 도구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다. 전도와 선교의 일치
‘전도’라는 말은 ‘선교’와 혼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비교적 시종여일하게 같은 의미와 실천을 견지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반면에 ‘선교’란 말은 사회-역사적 요청에 따라 그 의미의 변화와 함께 활동의 내용도 다양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교회가 참여하는 일이 모두 선교라고 하는 ‘선교절대주의’에 빠질 위험성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말하는 것은 전도는 제도적 교회나 기독교의 발전 및 확장을 위해 주력하는 것이라면 선교는 하느님의 통치영역 곧 온 우주와 인간의 삶 전체에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 자유와 평화가 선포되고 실현되어야 한다는 보편적인 역사인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도와 선교는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되어야 할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J. 스토트는 말하기를 “전도와 선교는 수례의 두 바퀴와 같다”고 하였다. 즉 두 바퀴는 그리스도의 복음인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실현하는 수단으로써 조화와 협력을 통해 궁극적 목적을 성취하도록 가장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전도와 선교가 그 강조점을 달리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전도는 개인구원, 영혼구원, 타계적 구원을 강조한다면 선교는 사회구원, 물질적 구원, 현세적 구원을 강조한다. 이러한 강조는 마치 구원이 이원론적인 것처럼 분리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구원의 대상이 인간이건 자연이건 간에 구원은 몸과 영, 개인과 사회, 현재와 미래 등을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구원(holistic salvation)이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그의 삶과 활동에 있어서 말씀의 증언인 전도와 치유하는 선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거나 그렇게 역설한 적이 없다. 그것들은 하느님 나라 선포와 실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거기에 어떤 절대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4. 21세기의 특징
우리의 실존적 및 역사적 현주소는 21세기라는 시대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시간과 공간을 떠날 수 없고 그 시대의 산물이면서 또한 그 시대를 위해 무엇을 창조하는 존재이다. 이제 우리의 현장이 21세기이니만큼 그 특징이 무엇이고 20세기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목회와 선교의 방향설정에 길잡이가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주어진 상황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면 우리의 모든 수고는 허공을 칠 따름이다.
가. 지구촌화(globalization)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 전체가 하나의 마을처럼 되었다. 종래의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국경이나 민족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인적, 물적 교환과 정보 교류가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FTA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또한 지구촌의 모든 문제 곧 식량, 빈곤, 인구, 핵, 인간복재, 환경 등이 모든 사람의 관심과 함께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 지구촌은 한 가족과 같은 공동 운명체가 된 것이다.
나. 정보화(information)
A. Tofler가 말한 바와 같이 인류역사는 크게 3단계로 구별된다. 그것은 곧 토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농경사회, 자본을 중심으로 발전한 산업사회, 새로운 지식 곧 정보가 세계를 지배하는 정보화 사회이다. 인터넷, 디지털, 생명공학, 인간복제 등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사회가 미래 세계를 주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식이 곧 “부의 미래”(토플러)라는 말이다.
다. 전문화(specialization)
정보화 사회에서는 상식적, 교양적 지식인이 아니라 전문적 지식인이 요청된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대학 졸업자들의 실업 사태가 폭증하여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은 기업의 자동화로 인한 고용의 감소에도 있으나 첨단산업이 요구하는 전문지식의 소유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의 대학들은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여 미래지향적 전문교육을 시행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라. 다원화(pluralization)
20세기가 획일성, 흑백논리, 배타성이 지배한 사회이었다면 21세기는 다원성, 보편성, 협동성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서로 다른 것은 나쁜 것이고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다양성은 좋은 것이고 조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 창조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치, 이념, 인종, 문화, 종교 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만남, 대화, 협력을 통하여 대결, 갈등, 전쟁을 지양하며 모든 인간과 자연이 평화리에 공존 공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마. 차별화 또는 개성화(differentiation or individualization)
18세기 서구의 계몽주의 시대 이후에 발전한 도구적 지식의 영향으로 상품의 규격화, 이념과 가치의 고정화(도구화), 권력과 종교의 권위와 등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풍조는 개성, 가치, 이념, 종교의 차별성을 무시 내지는 부정하는 사회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박탈당하고 자유를 잃었으며 생명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21세기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 및 집단의 특성과 자유, 개방과 차별을 강조하고 향유하는 질(質)적으로 고양된 문화적 환경을 요청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소품종 다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한 사실은 21세기의 차별화와 개성화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바. 서비스화(serviceableness)
20세기가 서구 자본주의 영향아래 이윤추구, 착취, 독점이 지배하는 시대이었다면 21세기는 고객을 섬기고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의 모든 기구와 인간의 활동이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를 지향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서비스가 나쁘거나 없는 정부, 기업, 학교, 병원, 심지어 종교는 존재할 의미와 가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개인과 모든 사회 기구는 그 생존을 위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서비스 체제를 전환하고 있다.
5. 21세기 선교의 패러다임
위에서 살펴본 새로운 세기의 혁명적 변화는 교회의 선교 및 실천의 변화를 촉구한다. 하느님의 선교의 도구인 교회가 복음을 주어진 상황에 얼마나 적절하고 유효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선교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복음 선포에 대한 선교적 열정과 함께 복음의 씨앗이 떨어진 밭 곧 상화에 대한 깊은 인식을 통하여 바람직한 열매를 맺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가. 성장 패러다임에서 섬김 패러다임으로 전환
시대의 변화는 인간 및 사회의 요청과 도전의 결실인 동시에 하느님의 역사적 섭리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 교회는 그것이 보수주의적이건 또는 진보주의적이건 간에 시대의 요청에 따라 선교의 패러다임이 계속 변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교회는 전도를 통한 성장 패러다임에서 섬김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1960년 대 이후 한국교회는 맥가브란의 “교회성장론”과 근대화로 인한 경제발전을 힘입어 전도를 통한 성장에 중점적으로 헌신하였다. 그 결과 세계 50대 교회 중에 그 절반이 한국에 존재하게 되었다. 실로 놀라운 성장과 발전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성장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 그것은 결국 교회, 교단, 나가서는 기독교의 성장 및 확장이라는 사실에 귀착된다. 이것은 곧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주장한 중세기 가톨릭교회의 뒤를 이어 18세기 이후 서구 개신교가 전개하였던 기독교왕국(Christendom) 확장의 반복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미주 한인교회들도 한국교회의 성장 패러다임과 별 차이는 없다고 말해서 좋을 것 같다.
교회는 그 자체가 확장되고 비대해지면 자연히 그것이 섬겨야 할 사회와 역사에서 유리하게 되고 게토화 되며 세계 속에 존재할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교회성장주의는 권위주의, 물질주의, 세습주의 등 자기중심적이고 비본질적인 증후군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수년 전 미국 연합감리교회 캘리포니아-네바다 연회 감독인 사노 박사는 한국교회를 방문한 다음 “한국교회는 교인 수도 많고 재정도 풍부하며 건물도 거대하지만 신학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가 무슨 신학을 말하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복음의 본질 곧 성육신 신학이 결여되었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수께서는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대속 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다”(마태 20:29)고 하시므로 교회의 선교적 패러다임의 규범을 설정해 주셨다. 그러나 ‘하느님이 선교의 주체’라는 명제가 등장한지 반세기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섬김의 도리를 도외시하고 그 자체를 섬기는데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부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제도적 교회의 성장지향성은 그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자기희생적 정신에 위배되는 동시에 서비스를 요청하는 미래사회에 응답하는 교회의 참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교회는 열심히 모이는 동시에 열심히 흩어지는, 입력과 출력의 균형을 이루는 건강함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서울에 “감자탕교회”라는 별명을 가진 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전세살이를 하면서 약 30억에 해당하는 일 년 예산 중 교회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재정을 배정하고 대부분을 선교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우리 교회는 세례교인 100명 정도의 작은 규모인데 연 예산의 30%를 선교 프로그램에 지원해 오고 있다. 미래교회는 제도적 교회 자체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존중과 삶의 맛이 풍성한 하느님 나라의 선포와 그 성취를 위해 긴요한 사업에 투자하고 나누고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나. 구원의 패러다임 전환
지금까지 선교의 목적은 주로 좁은 의미에서는 개인구원 및 영혼구원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사회구원 및 인류구원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가 지구촌으로 변하여 인류가 한 가족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환경론의 발전으로 인하여 그 구원이 자연을 포함한 우주 전체의 요청으로 확대되었다. 이것은 실로 우리의 지성과 신앙의 시각에 엄청난 혁명적 변화를 야기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곧 구원의 개념이 개인, 인류, 역사란 인간중심적 구심(求心)에서 인간, 자연 및 우주를 포함하는 원심적(遠心的)인 것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것은 존 힉의 말처럼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하느님은 온 인류와 우주를 창조하시고 섭리하시고 심판하시며 예수 그리스도는 온 인류와 우주의 화해 및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신 것이다.
따라서 선교는 인종, 문화, 성, 계층, 종교 그리고 자연과 우주를 포괄하는 하느님 중심축(中心軸)을 바탕으로 하는 우주적 구원(cosmic salvation)의 실현에 이바지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기독교가 당면한 선교의 문제는 그 구원의 개념을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모든 인종 및 종교의 한계를 초월하며 인류 및 자연 전체가 포함되는 총체적 구원(holistic salvation)의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과업은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이 주장한 바와 마찬가지로 교회만의 사업이 아니라 정부, 대학, 기업체, NGO, 연구소, 종교 등 모든 기관들의 협동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교회는 하느님이 통치하시는 세계에서 누룩의 역할을 감당하므로 써 그 존재할 의미와 이유를 발견해야 한다. 선교는 세계와 인류를 점령하고 지배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느님의 통치를 위한 자기희생적 섬김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다. 배타주의에서의 탈피
서구교회는 18세기 선교 초기에 당시의 보수신학을 가지고 피선교지에 들어가서 그 곳의 전통종교를 이단이나 악마로 규정하는 동시에 서구문화의 우월성으로 전통문화를 무시하였다. 즉 서구교회는 자기의 종교와 문화를 절대시하였고 피선교지의 종교와 문화를 상대화하는 배타주의적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배타주의적인 선교사들은 자기들의 성경을 토착민들에게 주고 땅을 차지하였고 토착민들은 선경을 갖는 대신에 땅을 잃게 되었던 것이다.
1970년대 이후 해외선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한국교회는 과거 선교사들의 신학과 방법을 답습하거나 또는 한국교회적 신앙과 행태를 그대로 이식(移植)하려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그 결과 한국교회의 신앙과 행태의 모델을 주입하기 위하여 토착 문화를 무시하거나 토착종교를 이단시 또는 악마시하는 일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 지역의 기독교마저 교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단시하는 일도 나타났다. 구소련이 개방된 이후 러시아에 파송된 한국의 선교사가 1500년의 찬란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러시아 정교회를 이단이라고 규탄하고 값싼 선물공세로 러시아인의 자존심을 손상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러시아 정부가 선교 허가제를 도입하여 외국인의 선교활동을 규제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선교는 기독교의 보편적인 복음의 씨앗을 어떤 문화의 특수한 땅에 심고 자라게 하는 것이므로 그 열매는 토착문화의 옷을 입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의 신앙형태를 포함하여 어떤 특정한 문화형식을 입은 기독교를 그대로 이식하려는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편협주의는 결국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현실에서 문화제국주의적 발상과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적 행위는 피선교지의 문화와 종교에 대해 이해와 존중하는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그것이 자라는 것은 하느님의 통치에 맡기는 포용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라. 선교의 전문화와 차별화
우리 시대의 특징 중에 부각되는 것은 지식의 전문화와 개인의 차별화라고 하겠다. 소품종 다량 생산하던 산업사회와는 달리 정보사회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것은 생산에 있어서 전문화와 개성화의 요구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이기도 하다. 20세기에는 사람들이 같은 종류의 옷을 즐겼으나 지금은 색깔과 스타일이 다른 것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 교회는 대개 대내적인 활동도 별로 전문성이나 차별성을 찾기 어렵지만 선교 분야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중대형교회에는 목회자 2명 이상이 봉직하고 있다. 그러나 목회자가 전문성이 없거나 전문적 문야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마 교육담당 부목사를 두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겠지만 예배, 선교, 상담, 청소년 등의 분야의 전문 목회자는 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교회들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독창적이고 색다른 집회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 교회가 기성세대지향적인 동시에 폭 넓은 봉사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말일 것이다.
아마도 미주한인교회에서는 상담분야는 요청이 많을 것이고 청소년목회는 교회와 그들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분야인 동시에 엄청난 물적 및 인적 자원의 투자가 요청될 것이다. 약 10 여 년 전 미쉬간대학(Univ. of Mich,)을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이다. 교회에 대해 무관심한 학생들이 하버드대학의 하비 콕스가 강연차 내방했을 때 약 1천명이 응집했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 삼각지에 있는 어느 교회는 숙명여대의 강당을 빌려 예배드리는데 매 주일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담임자는 주로 젊은 지성인들에 초점을 맞추어 목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례들은 현대 지성인들을 위한 선교에 관해 암시하는 바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해외선교에 있어서도 전문성이나 차별성의 요구가 동일하다고 본다. 교회가 선교를 계획할 때 현지에 필요한 전문가의 파송해야 하고 또한 그것이 유효할 것이다. 선교가 공급자인 교회중심이 아니라 수여자인 현지인중심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지의 요청에 따라 목회자를 비롯해서 농업, 교육, 기술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원주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컴퓨터 전문가인 장로 내외분이 직장에서 조기 은퇴하고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떠났다. 지금 그는 현지에서 컴퓨터학원을 설립하여 교유하는 동시에 복음을 전하는 성공적인 선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에 관한 르뽀가 2, 3년 전에 KBS2에서 방영된 일이 있었다. 또한 몽골의 어떤 선교사는 대학에서 영문학과 신대원을 졸업한 분으로써 지난 20년간 토착 언어를 완전히 숙달하여 원고 없이 두 시간 정도 설교한다는 사실을 그 곳을 방문한 교수에게 직접 들은 일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선교에 있어서 전문성과 차별성이 얼마나 중요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6. 선교의 전략
가. 선교의 아젠다
선교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사역이지만 그것이 전달되는 곳에는 종교, 문화 및 사회 등의 다양하고 독특한 요청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복음이 잘 자라서 열매 맺기 위해서는 현장의 요청을 십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제약회사에서 어린이 용 약을 달게 코딩하듯 선교의 현장이 필요하고 또한 요청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선 연구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요청에 따라 그것이 학교, 병원, 농업, 기술 등 어떤 것이던 간에 그리스도의 섬기는 정신으로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종래에는 선교가 복음전도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그 밖의 모든 활동을 이차적인 것이나 또는 선교를 위한 수단이라고 치부하였다. 그러나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도나 선교의 이원론적인 구별은 불필요하다.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그 생명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므로 기도와 투약의 우선순위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동시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선교를 계획할 때 현장의 요구가 무엇임을 철저하게 연구 조사하여 프로그램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선교와 상황의 상관관계를 가장 잘 활용한 분이 예수 자신이다. 그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할 때 무지한 자들에게 그들의 “하느님의 자녀”라는 주체성을 환시시켜 주었고 환자를 치료하고 배고픈 자들을 먹이고 소외 자들의 친구가 되고 사회의 구조 악에 도전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선교는 교회가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접근하지 말고 선교 현장의 요구에 따라 응해야 하는 것이다. 선교의 궁극적 목적은 누구를 파송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전문가가 현지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투입되느냐에 있는 것이다.
나. 선언과 주장에서 만남과 대화로
과거의 선교는 타인과 인격적으로 만나고 대화하고 서로 이해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독교인이 일방적으로 자기가 믿는 바를 선언하고 설득하고 용납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고 말해서 옳을 것이다. 지금도 그런 현상이 전화로 또는 길거리에서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기독교인의 독선적 신앙의 독백(monologue)일 수는 있으나 상대의 인격과 종교를 존경하는 겸손한 대화(dialogue)의 자세라고는 말할 수 없다. 만일 우리의 선교활동이 상대를 구원하려는 열정으로 충만하면 할수록 우리의 태도는 더욱 대화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더욱이 다원성과 함께 개인의 차별성을 중시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어떤 지식이나 종교적 진리의 절대성을 주장할 수도 없고 그런 절대성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종교인의 신앙고백은 자기 에세 유일하고 절대적일 수 있으나 상대방도 진지한 이념, 사상 및 종교의 소유자라면 자기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종교적 강요도 용납되지도 아니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상대에 대한 결례나 인격적 모독을 자초할 따름이다. J. 스토트의 말처럼 선교는 인간이 하지만 그 열매는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하느님이 거두시는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뉴욕 유니온신학교의 선교신학 교수였던 K. 고야마는 기독교는 ‘십자군적(crusading) 종교가 아니라 십자가적(crucifying) 종교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기독교 선교는 복음을 빙자해서 타 종교인이나 무신론자들을 강제로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는 사랑과 인내와 희생의 자세로 그들과 인격적으로 만나고 대화하고 협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모든 인위적인 문화과 종교의 장벽을 넘어서게 되고 하느님의 임재를 함께 경험하면서 바람직한 평화의 공동체를 지향하고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다. 선교사의 자질
교회는 선교사를 파견할 때 능력과 자질을 검증할 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훈련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 공식적으로 파견된 선교사는 약 4000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 선교사역에 참여하는 이들과 자율적인 평신도 사역자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엄청나게 증폭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문제는 선교사의 수적 문제가 아니라 질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질적 문화와 종교 상황 속에서 선교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언어의 능력과 창의성의 소유자들이 얼마나 되며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필요한 임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물음이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 한 선교는 무의미하고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벌써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이지만 동남아 특히 필리핀과 타일랜드 같은 지역에서는 각 교단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이 동일한 분야에서 활동하므로 치열한 경쟁과 함께 갈등은 일으켜서 선교에 역기능을 초래한다는 현지의 보고를 접하고 있다. 제가 직접 목격한 바는 10여 년 전에 모스크바에 UMC 신학원이 건재하고 있는데 타국에서 실패한 선교사가 와서 KMC 신학원을 설립하여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상이었다. 또한 어떤 교회가 목사를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파견한 일이 있었다.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해서 담임 목사가 가서 보니 문제는 한국 선교사에게 있었고 한다. 현지의 감독은 옥스퍼드대학 출신으로 상당한 지도자인데 반해서 그 선교사는 교육수준도 낮고 영어로 대화가 불가능하며 다만 한국에서 보내온 선교비를 관리하며 권위를 행사하는데서 갈등이 빚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그 담임목사에게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선교 현장의 현실은 교파의 경쟁과 선교사의 자질에 대한 무관심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무모한 교파주의나 무능한 선교사들의 생계를 위해 도움은 될지 모르나 선교의 일치와 발전을 위해서는 백해무익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사의 자질향상을 위해서는 교회와 신학대학들의 보다 장기적이고 획기적인 계획과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라. 평신도 선교자
교회는 목회자 중심의 수직적 체제에서 목회자와 평신도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만나고 대화하고 협력하는 수평적 체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선교에 있어서 능동적인 목회자와 수동적인 평신도의 구도는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다. 세분화되고 급변하는 사회현실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평신도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여러 가지 난제에 대해 목회자와 평신도가 성서적 및 신학적 시각에서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는 평신도들은 목회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현장에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말과 행동으로 동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헌신하도록 파견된 선교 자들이다. 고로 그들은 선교자의 사명과 함께 그 자질과 방법을 갖추기 위해 철저한 성서연구 및 신학훈련이 필수적이다. 중세기 교회에는 교회를 섬기는 거룩한 사제(sacred priest)와 세상을 섬기는 세속적 사제(secular priest)가 있었다. 21세기에는 교회를 섬기는 사제인 목회자와 세상을 섬기는 사제인 평신도가 협동으로 선교에 헌신하는 총체적 선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마. 현지 지도자 육성
선교의 지름길은 가급적 속한 시일 내에 피 선교지 인들을 지도자로 육성하는 것이다. 외국 선교사가 선교사역을 오래 할수록 현지인들과 교회들은 정신적으로, 재정적으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자주적 발전은 지연되게 마련이다. 여기에 현지 신학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겠다. 1990년대 초에 미국연합감리교의 선교사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파송된 조영철 목사가 거기서 고려인교회와 함께 연합신학원을 설립하고 현지인들의 교육에 헌신한 일이 있었다. 현지인에 대한 신학교육은 선교사역에 있어서 가장 첨단적이고 효과적인 투자라고 말해서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외국인 선교사는 언어, 문화의 장벽을 넘을 수도 없고 당시 경비도 현지인의 10배가 소요될 뿐만 아니라 선교의 결실도 현지인 목회자에 비해 만족할 만 한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모스크바 신학원은 우수한 현지 지도자 육성을 통해 러시아 감리교회를 단기간 내에 발전시켰고 감리교회가 전무하던 러시아에서 지금 교회 수는 약 200개로 1개 연회를 구성하여 미국연합감리교 센트럴연회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감리교회의 발전은 침체되었던 러시아 정교회를 잠에서 깨우는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조 목사의 요청에 따라 제가 한국에서 교수들을 수차 파견하여 내실 있는 교육에 일조한 것은 선교적 시각에서 볼 때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며 조 목사의 헌신과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수님들과 교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바. 다원선교
현대사회는 농경사회와 달리 교회나 목회자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무수하다. 한국의 경우에는 다원선교의 현장인 학원, 군대, 병원 등에는 어느 정도 전임 선교 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나 교도소에는 전임 형목이 부재한 경우가 많고 주변 교회의 목회자들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중 고등학교와 대학에 교목이 부족하고 영상매체가 없어 예배와 기독교 교육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국교회는 해외선교에 열을 올리고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나 정작 가까이 있는 중요한 선교현장을 보지 못할 정도로 원시 안적이다.
미주의 한인교회들은 넓게는 교단과 연관되어 있겠으나 주로 교회중심의 선교활동 곧 교회나 한인 지역사회 위주의 선교활동에 주력하고 있을 줄로 안다. 저는 60년대에 수년 간 이곳에서 학업과 목회를 위해 지냈고 70년대 말에 1년 연구차 이곳에 머문 것을 제외하고는 잠깐씩 다녀갔기 때문에 그 후에 발전된 다원적 선교 혹은 다원적 목회의 상황과 관심에 대해 별반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의 눈을 뜬다면 전문성이 필요한 선교영역이 많으리라고 추정된다. 개인상담, 청소년, 가정, 실직, 인종 및 문화의 갈등의 문제를 개 교회나 교회 연합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겠지만 그 사업에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창출하는 것이 교회의 책임이라고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중요하고 긴급한 것은 청소년 교육 및 선교문제일 것이다. 그것은 미래 한인교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원선교문제에 있어서 또 하나의 도전은 사이버 공간의 문제이다. 지금 세계는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컴퓨터는 통신 및 지식 문제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게임과 도박의 요람이기도 하다. 교회가 어떻게 이 공간을 선교의 매체를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매우 중대하고 긴급한 사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교회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설교, 신학강연 및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외부에서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본인은 이 부분에 관해 무뢰한이므로 여기서 말을 줄이겠다.
7. 나가는 말
위에서 기독교 선교의 의미와 21세기의 새로운 사회변동을 살펴보고 이에 적절히 응답하는 선교의 패러다임과 실천을 생각해 보았다. 선교란 교회의 존재하는 이유인 동시에 중대한 사명이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 속에서 타당한 신학과 함께 방법을 구상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매우 힘겨운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계속 추구하는 것을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교회의 존폐의 문제와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선교란 때로는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에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실망과 실패가 다가 올 때도 있다. 우리가 선교를 위해 가능한 능력과 방법을 모두 동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면 낙담하고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교의 주체는 하느님이시고 교회는 그 도구임을 기억하고 항시 믿음 안에서 재기해야 함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예수께서 맡기신 선교의 지상명령을 십분 수행하기 위하여 우리의 믿음과 지식과 헌신을 모두 투자한 다음 겸손히 무릎 끓고 하느님의 심판을 기다릴 것 밖에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나와 함께 기쁨을 누리자”고 하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그리스도의 교회와 종들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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